과대포장
Costco에 보통 2주에 한 번씩 장을 보러 간다.
간식 도시락을 위해 오이를 사서 오는 날은 항상 마음이 찝찝하다. 오이 3개가 플라스틱으로 1묶음씩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만져대면서 골라가지 말라는 묶음 포장을 했나..?"라고 넘길 수 있다. 그런데 포장 속의 오이 3개가 또 낱개 포장이 되어있다. 무슨 이유로 이중 포장을 했을까. 채소는 비닐로 꽁꽁 싸매 놓으면 빨리 썩기 때문에 딱히 신선도를 위함은 아니다. 그리고 특히 저 오이는 낱개 포장이 잘 벗겨지지 않아서 벗길 때마다 고생한다.
Overpackaging, overwraping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다양한 상품이 과대포장 되어 있는 사진들을 찾을 수 있다.
그중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플라스틱 포장의 사과 8-10개입 제품이 계란처럼 칸칸이 들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물세트도 아니고 계란처럼 파손의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주일 정도면 소비될 과일인데 저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만들기 위해 들어간 에너지, 포장에 쓰인 노동, 쓰레기 생산을 따지면 비효율의 극치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배, 사과를 생각해보자. 3입 제품. 바로 떠오를 것이다.
많은 공급 업자들은 제품의 신선도를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과일이 멍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 유통할 때 박스를 집어던지지 않는 이상 상품의 품질에 영향이 갈 정도로 멍이 들까? 신선도보다는 소비자들의 눈에 더 값져 보이고, 신선해 보이고 싶어서는 아닐까?
+ 얼마전 추석이었다. 감사한 마음을 선물세트로 쉽게 전하는데 이 명절 선물세트 포장 역시 과대포장의 대표다. 제품은 포장의 반밖에 안되는 선물세트. 물건을 사는 건지 플라스틱을 사는 건지 가끔 의문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시간이 된다면 아래의 기사를 읽어보기 바란다. 과거의 실속형 선물세트 포장에서 현재의 몸 부풀리기 포장까지, 그리고 이에 관련한 현재 정책 등을 잘 정리 해놓은 기사이다.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901301491381138
명절 선물세트 뜯어보니… '고정재의 함정'
[뷰엔] 명절 선물세트의 허술한 포장 기준
m.hankookilbo.com
낱개 포장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포장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벌크보다는 작은 용량으로 소분해서 판매하는 것이 재료 소진율이 낮은 1인 가구에게 음식의 장기보관에 있어서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낱개 포장, 소포장은 보는 입장에 따라 이해가 되기도 안되기도 한다. 낱개 포장된 식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과자
한국에서는 스낵 종류(봉지과자)가 소포장된 경우를 많이 못 봤는데 해외에서는 런치를 직접 싸들고 다녀야 되는 이유로 소포장 된 스낵을 쉽게 볼 수 있다. 런치 가방에 큰 스낵을 넣기에는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니깐. 그런데 공간이 문제라면 작은 통에 소분해서 들고 다니면 되지 않을까? 간단한 대안이 있기에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그 외에 케이크류, 쿠키류는 물론 요즘은 초콜릿, 프로틴 바 등등이 다 낱개 포장이 되어 있다.
신선식품
과일과 야채들이 심심찮게 개당 포장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보카도의 경우 큰 제품은 한 개를 한 번에 소진하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남은 부분은 갈변하기 때문에 반으로 나누어 진공포장을 해서 판매하는 것도 보았다.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갈변을 막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하루 이틀 냉장고에 둔다고 해서 상해버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미리 컷팅되어 진공 포장된 제품을 살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또한 낱개로 포장된 상품들은 대체로 프리미엄이 붙어서 판매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낱개로 포장되어 있으면 더 있어 보이고 비싸 보이나 보다. 홍콩에서는 딸기 한알도 아주 정성스럽게 새둥지 속의 알처럼 포장해서 판매한다. 프리미엄 상품이기 때문에 홍콩달러 168 (USD 22) 정도라고 한다.
위의 두 경우 다 한국 제품이 아닌 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곧 누군가 카피하겠지 싶어 안타깝다.
베이커리, 다이어트 식품
요즘 눈에 띄는 것은 5-6장씩 소분되어 판매되고 있는 식빵들이다. 역시 1인 가정을 위해 출시된 제품. 오래되어 버릴 필요고, 매번 신선한 식빵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신선도를 위해서 나는 소분 판매되는 식빵을 먹겠다 하면 할 말 없지만, 나의 경우는 로프 하나를 사서 먹고 남은 분량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나중에 먹기 전에 미리 상온에 꺼내 두었다가 먹는다. 장기 보관도 가능하고 신선도도 어느 정도 유지된다.
최근 몇 년 사이게 급부상한 다이어트 간편/즉석식품. 닭가슴살, 훈제계란, 소시지 등도 다 낱개 포장이 되어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 대부분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만큼 다이어트 식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리고 바쁜 일상에 빠르게 영양성분에 맞춰 식단을 준비할 수 있고, 밖에서도 간편히 섭취 가능하기에 다이어트 식품의 낱개 포장은 지속될 것 같다. 샐러드도 빠질 수 없다. 빨리 시들기 때문에 소분해서 판매되고 있고 세척되어 나온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간편함에 비싸더라도 pre-washed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완충 포장
한국의 배달, 택배문화는 대단하다. 편리성에 대해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서비스이다. 배달의 플라스틱 사용은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택배 이야기를 먼저 해보고자 한다. 택배가 활성화됨에 따라 택배 거래되는 물건의 종류도 점차 많아지더니 이제는 신선 식품까지도 택배 서비스를 이용해 집에서 받아 볼 수 있게 되었다. 택배 배송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된 만큼 파손 우려가 높은 상품들도 충전재에 안전하게 쌓인 채 배달이 된다. 대표 완충포장재로는 뽁뽁이(Aircap의 bubble wrap) 스티로폼이 있고 이후 에어패드가 나오는가 싶더니 요즘은 친환경 소재의 완충재가 사용되고 있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진 완충제, 종이 완충제) 플라스틱, 비닐 등의 사용을 줄여가고 친환경 제품으로 노선을 바꾸는 흐름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아무리 친환경 소재일지라도 생산에 자원, 에너지가 들고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물론 쓸 곳에는 써야 된다. 완충 포장을 안 해서 물건이 파손되고 새 상품을 다시 받는 것 역시 환경오염이기 때문이다. 논점은 너무 쓸데없이 많이 쓴다는 것이다. 완충재 때문에 박스의 크기가 커지고, 완충재가 필요 없는 상품인데도 완충재를 가득가득 채워 보내고.. 예전에 책 몇 권을 배송받은 적이 있는데 책뿐인데도 에어패드를 넣어서 배달을 해주었다. 참 부질없이 최상급 컨디션의 책을 받아 보았고 책들은 곧 너덜너덜 해졌다.
이렇게 적다 보니 고객만족 = 환경오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고객만족은 편의성에서 대부분 충족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줄일 수 있냐고? 안사면 된다. 자꾸 쓰니깐 자꾸 만들어 내는 거다.
과대포장이 된 물건을 안 사고, 나부터 소비를 줄여 나가면 된다. 수요가 없는 상품은 공급되지 않는다.
물론 조금의 시간 투자와 귀찮음을 이겨낼 의지가 요구된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찾으면 된다. (제품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법 찾아보기, 소분하기, 많은 양은 이웃/친구와 반반 나눠 구매하기 등)
그리고 소비자의 인식으로부터 시작되는 작은 움직임이 중요하다. 한국 스팸 뚜껑도 소비자의 힘으로 없어 버리지 않았나?
+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추진됨에 따라 팩음료에 함께 붙어서 제공되는 빨대도 곧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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